은은한 달빛 아래 창덕궁을 거닐다

기사입력 2023.05.12 22:27 조회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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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궁, 창덕궁을 달밤 아래 거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시 야간개장을 하는 창경궁과 달리 오후 5시면 입장 마감을 하는 창덕궁의 경우 야간에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창덕궁 달빛기행’을 통해서라면 늦은 밤, 어둠이 내려앉은 고궁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과 한국문화재재단이 매해 봄과 가을에 개최하는 궁궐 문화행사로, 은은한 달빛 아래 밤길을 밝히는 청사초롱을 들고 창덕궁 후원을 거닐며 전통국악 공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야간 프로그램입니다. 전문해설사의 안내 해설과 함께 궁궐 곳곳 숨은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요. 현재 4월 13일부터 6월 4일까지 매주 목·금·토·일요일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덕궁 입구 돈화문에서 달빛기행을 기다리는 사람들
창덕궁 입구 돈화문에서 달빛기행을 기다리는 사람들.

‘경복궁 별빛기행’, ‘덕수궁 밤의 석조전’과 함께 대표 야간 고궁 프로그램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매진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평소 고궁 방문을 즐겨하던 저도 야간에 창덕궁을 방문한 적은 없던 지라 꼭 가고 싶어 예매를 시도했습니다. 운 좋게 예매에 성공해 해당 프로그램에 친구와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달빛 아래 아름다운 창덕궁의 모습을 대신 전하고자 합니다.

청사초롱을 들고 창덕궁에 입장
청사초롱을 들고 창덕궁에 입장.
달빛 아래 빛나는 인정전
달빛 아래 빛나는 인정전.

당일 오후 8시에 맞춰 창덕궁 입구 돈화문에 도착하자 이미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설사의 설명을 잘 들을 수 있는 무선 리시버와 이어폰을 받고 예정된 시간에 입장했습니다. 이전에 낮에 여러 번 가봤던 창덕궁이 밤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마음에 두근거렸는데요. 2인 1조가 되어 청사초롱을 들고 어둠을 밝히며 창덕궁 안에 들어섰습니다. 

현존하는 서울의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다리인 금천교를 건너, 왕의 즉위식, 조회, 외국 사신 접견 등 국가의 중요한 의식을 치르던 공식 의례 공간인 인정전을 우선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밤에 본 인정전의 모습은 낮과는 또 달랐는데요. 밤에 장엄하게 자리 잡은 인정전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들떴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왕의 비공식적인 집무실인 희정당
왕의 비공식적인 집무실인 희정당.
대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상량정
대금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상량정.

이후 왕의 비공식적인 집무실인 희정당, 헌종의 서재 겸 사랑채인 낙선재, 낙선재 후원에 있는 상량정에서 대금의 청아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낙선재의 후원에 올라서자 은은한 조명 아래 화려함을 뽐냈던 고궁과 반대로 어둠과 차분히 어우러진 칠흑 같은 고목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 멀리 도심의 야경이 은은히 비치는 것을 보며 현대적인 도심과 어우러진 우리나라 문화유산만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렀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 부용지와 부용정
창덕궁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 부용지와 부용정.
부용지를 산책하는 왕과 왕비와 함께 찍은 사진
부용지를 산책하는 왕과 왕비와 함께 찍은 사진.

상량정을 울리는 대금 소리를 뒤로 하고 이번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인 부용지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삼림이 빽빽한 길을 한 10분 가량 걸어 어둠에 눈이 익숙해졌을 즈음 화려한 조명으로 아름답게 밝힌 부용지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천원지방’의 음양사상에 따라 조성된 왕실 연못인 부용지와 두개의 기둥이 연못에 떠 있는 듯한 부용정은 어둠 아래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뽐냈는데요. 보자마자 탄성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연못 위 일렁이는 주합루의 모습을 보며 부용지가 진정 달빛기행의 하이라이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잠시 사진을 찍으며 부용지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요. 연못을 산책하는 왕과 왕비와도 사진을 찍는 등 수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전통 아쟁 공연을 들으며 부용지의 모습을 눈에 담는 시간은 창덕궁 달빛기행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연경당에서 전통 무용 공연 박접무를 감상하였다
연경당에서 전통무용 박접무를 감상했다.

마지막으로 불로문, 애련정을 넘어 고종과 순종대에 외국 공사들을 접견하던 연경당으로 향했습니다. 주최즉에서 마련한 따뜻한 대추차와 약과를 즐기며 전통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박접무, 보상무와 같은 전통무용 공연과 전통 성악곡인 여창가곡 ‘평롱’을 감상하였습니다. 그 중 보상무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조선 후기부터 현재까지 전래하는 향악정재 중 하나로 연꽃이 그려진 항아리를 얹은 보상반을 중앙에 놓고, 항아리 안에 공을 던지며 추는 춤으로, 공이 들어가면 머리에 꽃을 꽂아주고, 들어가지 않으면 얼굴에 먹점을 찍어주는 경기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공을 던질 때마다 느린 동작이었지만 관중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기엔 충분했는데요. 먹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벌칙을 받을 때마다 관중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공연을 감상하던 중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세찬 빗방울이 되었는데요. 모두들 비를 피해 의자에서 일어나 처마에 앉아서 구경하니 오히려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창덕궁 달빛기행
창덕궁 달빛기행.

돌아오는 길 모두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처음에 집결했던 돈화문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조선 왕과 왕비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체험한 것 같아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이 지배하는 도심 속으로 돌아가야 해서 많이 아쉬웠지만 100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꽉꽉 채워진 창덕궁 달빛기행 프로그램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번 예매를 놓치신 분들도 다음 기회를 노리시면 되니 우리 문화유산 프로그램에 꾸준한 관심과 사랑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주서영 sailorjas09@gmail.com


[자료제공 :(www.korea.kr)]
출처 : 정책기자마당
[이강원 기자 lee@le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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