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문화를 관광의 힘으로~

기사입력 2023.06.30 00:36 조회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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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더 드릴까요?”

안내자가 시원한 제호탕을 따라줬다. 얼음과 잣을 띄운 제호탕은 살짝 갈빛 계피 내음을 풍겼다.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미국에서 왔다는 여성은 더듬더듬 한국어로 말하며 한잔 더 부탁했다.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제호탕을 잘 마셨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제호탕을 잘 마셨다고 말했다.

“전통 제호탕은 팔지 않아서 맛보기 어려워요. 조선시대 왕이 대신들에게 하사했던 약차에요.” 제호탕은 허준의 동의보감에 더위를 풀어준다는 내용과 승정원일기에 하사한 기록이 나와 있단다. 담당자는 사람들이 약차를 마시는 동안 설명도 잊지 않았다. 창덕궁에서 단오절을 기념한 ‘동의보감, 단오에 창덕궁에서 만나다’ 행사장이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열린다. 

외국인이 동의보감 탁본체험을 히고 있다.
외국인이 동의보감 탁본 체험을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한국에 살던 일본 친구는 특히 한방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낯선 곳으로 오게 돼 건강을 염려했다. “언제 쑥뜸하러 안 갈래?” 한국 친구와도 하지 않았던 쑥뜸을 일본 친구한테 들었다. 친구는 발음도 어려운 쑥뜸을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쑥뜸을 알아?” 친구는 일본에서도 유명하다고 했다. 시간이 안 맞아 다른 친구와 다녀오게 된 친구. 쑥뜸에 푹 빠졌다. 

동의보감과 약차 제호탕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동의보감과 약차 제호탕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동의보감에 관련해 다양하게 전시해 놓았다.
동의보감에 관련해 다양하게 전시해 놓았다.

마침 올해는 동의보감 간행 410주년이었다. 행사는 동의보감을 간행한 내의원이 속한 창덕궁에서 열렸다. 강의를 들으면서 동의보감이 외국서 더 알아준다는 걸 알았다.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10개국 언어로 핸드북을 펴냈다. 올 하반기에 3개국, 내년에는 2개국 언어로 발행할 예정이다. 

동의보감 핸드북이 현재 10여개국 언어로 제작돼 있다. 한 외국인이 자신의 언어로 된 책을 찾고 있다.
동의보감 핸드북이 현재 10여 개국 언어로 제작돼 있다. 한 외국인이 자신의 언어로 된 책을 찾고 있다.

다양한 색깔, 깜찍한 크기의 핸드북이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국 언어 동의보감을 집었다. 친구 생각에 동의보감 일본어판을 하나 더 챙겼다.

향주머니를 만드는 체험. 외국인도 좋아했다.
향주머니를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강연을 듣고 전시를 둘러봤다. 각종 한약을 넣는 향주머니 체험과 탁본 체험도 함께 해 흥미로웠다. 박하향이 상큼했다. 같이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외국어가 쏟아져 나왔다. 한약 체험을 신청 못 해 아쉽게 돌아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며 충분히 K-콘텐츠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1대1로 한의사에게 받은 무료 진맥과 상담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체험 아닐까. 

두 사람 씩 진맥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체험이 외국인에게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한의사에게 진맥을 받을 수 있었다.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으며 의료관광을 하다 한의학에 관심도 커졌는데요. 어제는 한 서양인이 침은 어디서 맞을 수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예전에는 미신이라고 생각했다가 직접 보니 과학적이라는 걸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담당자가 말했다. 

하얀 사기그릇에 담긴 제호탕과 정과가 각자 소반에 놓여있다.
하얀 사기그릇에 담긴 제호탕과 정과가 소반에 놓여있다.

“외국인들은 한의사가 진맥으로 몸 상태를 안다는 걸 무척 흥미로워해요. 사실 한국에 와도 혼자서 한의원에 찾아가기도 어렵고 단체로 체험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이 프로그램은 통역과 함께 여러 체험을 해볼 수 있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궁능유적본부 김진숙 담당자가 말했다. 창덕궁 측도 마음을 쏟았다. 체험객마다 개인 소반을 마련해 정과와 약차를 맛보게 했다. 분위기에 맞게 은은한 흰 사기그릇에 담았다. 정성을 들였고 그게 전해졌다. 

공항버스. 여행지에서 현지 첫 교통수단이다. 이곳에 씨름 샅바 안전벨트와 QR코드를 만들어 놓았다.
공항버스에 씨름 샅바 안전벨트와 QR코드를 만들어 놓았다. 빨간 박스는 씨름을 홍보하는 QR코드.(출처=문화체육관광부) 

한국에서 누리는 옛 문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릴 적엔 한자리에 앉아 씨름대회 방송을 봤다. 이만기 선수나 강호동 선수같은 장사들이 포효하면 친척 할아버지는 껄껄거리시면서 ‘봐라, 내가 저 선수가 장사가 될 줄 알았어’라며 통쾌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항버스 안전벨트를 씨름의 샅바 모양으로 꾸몄다. 또 창에 붙은 QR을 통해 씨름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보통 여행에서 가장 기대감이 들 때가 공항에서 목적지로 갈 때다. 그 부푼 꿈의 출발선을 샅바로 정한 건 오싹할 만큼 매력적이다. 문체부는 올해를 K-씨름 부활의 원년으로 정했으며 정책 아이디어를 담아 지난 1월 ‘K-씨름 진흥방안’을 발표했다. 여행 속 웅장하고 거대한 자연과 찬란한 야경도 볼만하지만, 이런 깨알 같은 즐거움은 오래 남지 않았던가.  

한복을 입고 궁을 즐기는 외국인들.
한복을 입고 궁을 즐기는 외국인들.

여행은 꼭 화려한 걸 보러 오는 건 아니다. 어쩌면 소소한 맛에 끌릴지도 모르겠다. 한약이 신기해서, 궁중음식이 좋아서, 씨름이 재밌어서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이다. 올해는 한국방문의 해다. 문체부는 세계인이 찾는 관광 콘텐츠를 확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피부색과 국적이 다른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약차(제호탕)를 마시며 즐거워 하고 있다.
피부색과 국적이 다른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약차(제호탕)를 마시며 즐거워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이런 옛 문화가 현대로, 세계로 넘어오면 우리도 재밌다. 하물며 외국인에게는 얼마나 색다른 체험일까. 언어가 통하지 않고 환경이 달라도 모래밭에서 같이 씨름을 보면 함께 응원하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 무더위에 갓을 쓴 외국인과 함께 마셨던 제호탕의 달달함이 문득 입안을 감돈다.



정책기자단 김윤경 사진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출처 : 정책기자마당
[최유라 기자 newsnpeopl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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